<책> 의학계열 학생을 위한 한방의학 강좌
의사가 한의학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시다시피 일본의 경우 명치유신으로 한의사 면허가 없어졌기 때문에, 의사들 중에 서양의학의 한계를 느낀 분들을 중심으로 한방의학이 활성화되고 임상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보험적용되는 한방약의 숫자도 훨씬 많고 품질도 뛰어납니다. 한의사들도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한방의 EBM 리포트 수준은 대단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배타적인 면허로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는 따라가기 힘든 작업이죠.
저는 서양의학의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양의학을 배워 실천하는 의사 중 한 사람입니다. 처음 의사가 되고 나서는 특별히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고 내과 전문의로서 서양의학에 충실하고자 노력하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진료에서 동양의학의 비중이 점점 커져갔습니다. (중략)
저는 이와 같은 서양의학의 한계, 불평등을 몸으로 느끼면서 뭔가 새로운 치료법이 없을까하고 모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아직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전자이상과 같은 질병은) 서양의학에서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에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결정적이었던 사실은 저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이었죠.
제 딸이 한 살이 지나 순조롭게 잘 자라던 어느 날, 손목에 습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습진이겠구나 생각하고 연고만 발라주고 있었는데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수가 점점 늘어나고, 가렵기까지 하여 자면서도 벅벅 긁게 되었습니다. 습진은 팔꿈치 관절 안까지 퍼져나가게 되어, 저는 이것이 아토피 피부염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아과와 피부과에 진찰하자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진단이 내려지고, 곧 바로 스테로이드 연고 처방이 나왔습니다. 식사는 알레르기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달걀섭취를 제한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좋아지지만 줄이면 심해졌습니다. 저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아토피피부염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딸이 스테로이드 과용이 되지 않을까, 영양은 괜찮을까, 하고 매우 불안하여 저 자신도 의사이므로 자신이 딸 한 사람도 어떻게든 치료를 못할까 하여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고심의 결과 한방을 공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략)
이렇게 하여 선택한 한방처방은 치두창일방(治痘瘡一方)이었습니다. 한방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들은 적도 없었던 이 처방은 제가 근무하고 있던 병원에는 없었습니다. 통원하고 있던 피부과에도 물어 보았지만, 그것이 무엇이예요 하는 식의 대답뿐이었습니다. 역시 잘 쓰이지 않는 한방약이구나 하고 생각하여, 한방전문약국을 방문하여 치두창일방을 달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은 갑자기 손님이 전문적인 약제명을 말하였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이름만 섣불리 듣고 왔다고 생각하였던 것이지요(사실 그대로이지만). 딸의 증상을 상세하게 묻고, 그렇다면 치두창일방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방약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한 상자(성인 2개월분)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치두창일방은 반 이상이나 남았고, 오래 되어 반 년 후에 버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딸의 습진은 2주 정도 만에 깨끗하게 나은 것입니다. 이와 함께 변비약을 종종 사용하고 있던 변비 증상도 동시에 싹 없어져, 이때 한방약의 위력을 처음으로 실감하였습니다. 서양의학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한방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은 저는 한방공부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는 상태에서 시작하였으며, 배운 처방은 내과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환자들의 부정수소를 가볍게 해 주는 것에 종종 성공하여 한방의 효과를 그 나름대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응용이론이 임시변통으로 몸에 배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곧 바로 벽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후략)
《조기호 역, 의학계열 학생을 위한 한방의학 강좌, 2007, 저자의 서문 중에서》
목단피에 관해서 나는 ‘생약의 아스피린’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淸熱·活血 작용이 아스피린에 있는 해열·항혈전 작용과 비슷하다. 계지복령환에서 瀉下작용을 기대하는 경우에는 大黃 혹은 大黃 함유 제제를 병용한다. 血虛에 의한 어혈이면 사물탕을 병용한다. 나아가 補血+活血을 행하기 위해서는 도홍사물탕이라는 편리한 처방이 있다.
이들 연구 성과에서 계지복령환의 자궁근종 축소효과의 하나는 이 LH-RH antagonist로서의 작용 + 약한 항 에스트로젠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판명되었다. 물론 계지복령환의 活血化瘀작용이 이것으로 완전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항암작용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종양은 이것을 영양하는 동맥의 덩어리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활혈화어제는 이 종양영양동맥에 대하여 어떤 치료 작용이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活血化瘀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계지복령환에는 갱년기의 상기증상(hot flush)에 대한 개선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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