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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야기

상한론의 도입부에 소개된 온병(溫病)이란?

by 키다리원장님 2013. 6. 3.

상한론의 도입부에 다음과 같은 조문이 나오지요. 이게 도대체 뭘까요?


風溫爲病, 脈陰陽俱浮, 自汗出, 身重, 多眠睡, 鼻息必鼾, 語言難出.⑮


아 너무 무심하게 읽지 마시고 지금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느껴보세요. 


표증을 앓는 것처럼 보이고, 환자의 맥을 짚어보니 부맥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땀이 삐질삐질 나오고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기도 힘들어하고, 자꾸 잠만 자려고 하면서 의식이 몽롱해져 갑니다. 숨소리도 거칠고 말을 하기도 힘들어 합니다.


어떤가요? 이 사람 굉장히 많이 아파보이지요? 단순한 감기는 아닌 것이 확실하죠. 이게 뭘까요? 이 조문이 왜 상한론의 도입부에 나온거죠?


다시 상한론의 시작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太陽之爲病, 脈浮, 頭項强痛, 而惡寒.[1]⑮

太陽病, 發熱, 汗出, 惡風, 脈緩者, 名爲中風.[2]⑮

太陽病, 或已發熱, 或未發熱, 必惡寒, 體痛, 嘔逆, 脈陰陽俱緊者, 名曰傷寒.[3]⑮


太陽病, 發熱而渴, 不惡寒者, 爲溫病.⑮

若發汗已, 身灼熱者, 名曰風溫.⑭

風溫爲病, 脈陰陽俱浮, 自汗出, 身重, 多眠睡, 鼻息必鼾, 語言難出.⑮

若被下者, 小便不利, 直視, 失溲. 若被火者, 微發黃色, 劇則如驚癎, 時瘈瘲.若火熏之, 一逆, 尙引日, 再逆, 促命期.[6]⑭


상한론의 도입부에 왜 이런 밋밋한(?) 기술이 있는지 당시의 절박함으로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인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죠. 무더운 여름에 온 마을을 휩쓸던 수인성 질환 장티푸스(傷寒)의 공포.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논에 나가서 뙤약볕 아래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돌림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열이 나면서 목이 마르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두통이 있고 속이 미식거리고 얼굴이 창백합니다. 옆집의 일가는 몰살을 당했는데... 아 그 돌림병에 걸렸나... 그럼 살리려면 어떻게든 빨리 땀을 내야 하는데...

하지만 그게 상한병이 아니라 단순히 더위를 먹거나(일사병) 열사병이라면 땀을 내면 안 됩니다. 진액이 손상된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땀을 내면 악화되거나 죽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太陽病, 發熱而渴, 不惡寒者, 爲溫病.⑮

태양병과 유사하지만, 열이 나면서 갈증이 나고 오한을 느끼지 않는 것은 온병이다.


● 일사병(sun stroke)

열손상중 가장 흔히 발생


원인

무더운 환경에서 심한 운동이나 활동 후 발생

수분과 전해질 소실


증상

저체액성 쇼크와 유사

무력감, 현기증, 두통, 몽롱함, 식욕부진, 오심, 얼굴 창백, 피부는 차갑고 땀이 나면서 축축, 체온은 정상이거나 약간 상승


風溫爲病, 脈陰陽俱浮, 自汗出, 身重, 多眠睡, 鼻息必鼾, 語言難出.⑮

풍온의 병은 맥의 음양부위가 다 浮하고 저절로 땀이 난다.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 힘들고 의식이 몽롱하며 숨소리는 반드시 거칠고 말을 하기도 힘들다.


● 열사병(heat stroke)

발생 빈도는 적으나 치명적이며 방치하면 사망


원인

환자의 체온조절 기능이 중단


증상

징후와 증상은 일사병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 관찰

체온이 상승된 일사병 환자는 열사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피부는 뜨겁고 건조하며 붉은색으로 변화, 땀 분비가 없다.

(일사병은 땀 분비가 많다)

의식은 혼수상태, 통증자극에 무반응, 체온은 41도 정도.

초기 맥박은 빠르고 강하나 시간이 경과하며 약해지고 혈압은 저하.


열사병이 나타나기 직전 증상으로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 장애 등이 있으며, 심하면 정신 이상으로 헛소리를 하고 의식을 잃게 됩니다. 체온은 40℃ 이상으로 맥박은 빠르고 혈압은 낮아지며, 피부는 뜨겁고 건조하여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체액성 쇼크(일사병)가 유발된 상황에서 더욱 체액을 손상시키는 汗法이나 下法을 시도하면?


若發汗已, 身灼熱者, 名曰風溫.⑭

발한을 시킨 후에, 몸이 바싹 마르고 타는 듯한 것을 풍온이라 한다.


若被下者, 小便不利, 直視, 失溲. 若被火者, 微發黃色, 劇則如驚癎, 時瘈瘲.. 若火熏之, 一逆, 尙引日, 再逆, 促命期.⑭

만일 공하하는 치료를 받으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눈을 멍하게 뜬 채 앞만 보면서 소변을 지린다. 만약 불로 뜨겁게 하여 억지로 땀을 내면 피부가 약간 누렇게 되는데 심하면 간질처럼 경련이 생긴다. 만약 火法으로 훈증하는 경우 한번 잘못 치료하면 오히려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또 다시 잘못 치료하면 명을 재촉하게 된다.


⑮자행만 보면 편집자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⑭자행은 오치에 대하여 후대에 부연한 것입니다.


太陽病의 제강, 中風과 傷寒의 차이를 제시한 후에, 이것과 溫病의 차이를 주의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청대에 발전한 온병과는 다릅니다.


太陽之爲病, 脈浮, 頭項强痛, 而惡寒.[1]⑮

太陽病, 發熱, 汗出, 惡風, 脈緩者, 名爲中風.[2]⑮

太陽病, 或已發熱, 或未發熱, 必惡寒, 體痛, 嘔逆, 脈陰陽俱緊者, 名曰傷寒.[3]⑮


太陽病, 發熱而渴, 不惡寒者, 爲溫病.⑮

風溫爲病, 脈陰陽俱浮, 自汗出, 身重, 多眠睡, 鼻息必鼾, 語言難出.⑮


절박함으로 읽어야만 이해되는 책이 있습니다.

상한론은 그런 책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진료기록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