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비(心下痞) vs. 심하비경(心下痞硬)
황금 主治 心下痞也.
인삼 主治 心下痞堅 痞硬 支結也.
방증(方證)에도 전형적인 증상이 있듯이, 약증(藥證)에도 전형적인 증상이 있습니다. 인삼증의 극증(劇症)에서는 심하를 눌렀을 때 단단한 심하비경(心下痞硬)이 나타나지만, 극증이 아닌 경우라면 심하비경까지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가 인체를 바라보는 기혈수(氣血水)론으로 부연해 보겠습니다. 인삼은 혈응(血凝)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혈응(血凝)은 쉽게 표현하면 근육의 “굳음”입니다. 그럼 왜 근육이 굳어서 단단하게 되었는가?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작약은 기혈수론에 의하면 혈체(血滯)를 치료하는 약입니다. 너무 단순화될 위험이 있지만 혈체는 근육으로의 혈액(영양)공급 불량과 유사합니다. 그것이 비복근의 경련(급성)이나 복직근의 구련(만성), 복통, 변비, 설사(평활근의 경련성 긴장)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체 근육의 구조상 이런 병태가 오래 지속되면 단순히 긴장되는 것을 넘어서 뻣뻣하게 굳어지는 부위가 있습니다. 혹시 승모근에 침을 놓는데, 정말 근육이 너무 굳어서 말라 비틀어진 장조림에 침을 놓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 승모근 근육의 긴장 상태를 기혈수론에서는 혈응(血凝)으로 표현합니다. 그것이 갈근의 극증(劇症)입니다. 항배강(項背强). 위장 근육으로의 영양공급에 계속 문제가 있어서 결국 위장이 굳어지는 지경에 이른 것이 인삼의 극증(劇症)입니다. 심하비경(心下痞硬). 자궁평활근에 공급되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어서 결국 자궁근육이 굳어지는 것이 당귀의 극증(劇症)입니다. 부위는 다르지만 병태(病態)는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황금이 유발하는 심하비(心下痞)의 병태는 무엇일까요? 인삼처럼 공급에 문제가 있는 것과 달리 혈액이 빠져나가는 부위에서 문제가 생긴 충혈 상태에 가깝습니다.
2012/12/24 - [한의학 이야기] - 심하비(心下痞)의 실체
두 가지를 허실(虛實)의 관점에서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인삼은 공급부족으로 근육이 굳어지는 것이므로 허증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죠. 황금은 충혈상태, 달리 표현하면 조직액의 저류에 의해서 위장이 부은 실증의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목가슴의 비만감(痞滿感)을 유발하는 것이죠. 오목가슴 부위가 뭔가 답답하고, 그득한 느낌. 심하비(心下痞).
인삼의 경우 위장근육이 영양공급을 잘 받지 못해서 굳어진 상태에서 소화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운동을 하니까, 비복근에 쥐가 나는데 축구공을 쫓아가야 하는 상태와 비슷한, 아프거나 체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인삼증의 경우도 극증이 아니라면 비경이 만져지지 않습니다.
두 경우 모두 누르면 아프고 불편합니다. 인삼증의 압통이 ‘불영즉통(不榮則痛)’이라면 황금증의 압통은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책으로 공부할 때는 대부분 약물이나 처방의 극증(劇症)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를 볼 때는 극증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면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심하(心下)를 누르면 아프다. 하지만 이것이 심하비(心下痞)인지 심하비경(心下痞硬)인지 극증이 아닌 경우는 복증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책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극증(劇症)의 환자를 한번 경험하면, 극증이 아닌 환자까지도 보는 눈이 생깁니다. 기준이 있어야만 그 정증의 환자가 왔을 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모든 art는 ①이론의 습득과 ②실제적인 기술의 숙련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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