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강의를 하면서 나왔던 Q&A 중에 함께 복습을 하면 좋을만한 질문들을 골라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질문들은 항상 중복이 되더라구요.
Q) 처방을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처음부터 성정에 따라 시호, 황련, 복령을 나눠서 접근하지 말고, 가능한 처방들은 생각한 다음에 처방 사이에서 고민하라는 말씀인가요?
A) “처방의 최종 감별 기준은 방(方)이다.”의 의미를 좀 더 설명해보겠습니다.
환자들의 성향(음/양)이 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음인처럼 보이는데 한열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치자시탕류는 대체로 더위를 타지만 간혹 추위를 타는 경우가 있고, 영계감류는 보통 추위를 탑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온 환자가 메슥거리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잠도 잘 못 잔다고 해보겠습니다.
근데 성향(음/양)도 불분명하고, 한열도 불분명하다고 해 보죠.
사회화가 많이 된 분들은 불분명할 때가 있고, 또 한의사가 숙련되지 못하면 처음에는 헷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데 그게 구분이 안 된다고 처방을 못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이 환자를 처음부터 황련/복령/치자 이렇게 갈라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아 이 사람의 후보처방은 예를 들어 소함흉탕, 치자생강시탕, 복령감초탕. 이 셋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구나.’
이렇게 들어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무슨 플로우챠트처럼, 이 사람은 치자로 들어가고... 이 사람은 복령제고... 이런 게 아닌 것입니다.
세 처방 모두 흉부증상, 메슥거림, 수면장애가 있을 수 있는 처방이잖아요.
후보 처방이 나온 상태에서 각 처방의 방증과 이 사람의 신체증상(소화, 수면, 대소변 등등)과 성정까지를 고려해서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이 1선택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問診이 들어가는 것이죠. 감별에 도움이 되는 문진.
그렇게 애매한 상태에서는 그런 나머지 신체증상까지를 고려해서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을 찾아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소함흉탕과 치자시탕류는 대변이 대체로 변비 경향이고, 복령감초탕은 대변이 대체로 무르고 찬 것 먹으면 설사하는 경향입니다.
성향도 애매하고, 한열도 애매한데, 명백하게 설사다. 그러면 복령감초탕의 적합도가 올라가는 것이죠.
“처방의 최종감별 기준은 방(方)이다”가 이런 의미입니다.
그런데 사실 헷갈리지 않고 명백하게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처방을 투여해서 득효를 할수록 그 방증을 보는 눈이 더 넓고 정확해집니다.
지실치자시탕 증례가 많은 사람은 성향이 애매해도 거의 처음부터 잡아냅니다. 성향 말고도 지실치자시탕의 방증이 가지고 있는 많은 요소들(상열감, 가슴답답함, 우울감, 입면장애, 소화불량, 가스참)이 있고, 그걸 보는 눈이 생기는 것이지요. 다른 처방도 마찬가지이죠. 사실 대부분의 경우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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