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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야기

방증(方證)을 구성하는 증상의 민감도와 특이도

by 키다리원장님 2022. 9. 8.

<방증(方證)을 구성하는 증상의 민감도와 특이도>

 

방증(方證)을 구성하는 각 증상을 민감도와 특이도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방증을 구성하는 증상을 필증, 빈증, 혹증, 경향성의 층차로 정리한다면 이것은 민감도의 관점에서 민감도가 높은 것부터 낮은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특이도"는 민감도와 상관없이 그 방증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정도를 나타낸다.

(더 정확하게는 양성 예측도나 유병율의 개념까지 사용해야 하지만 진단검사를 논하는 글이 아니므로 대략 “특이도”로 칭하겠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이 정도의 대략적인 개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종(咽腫)은 소시호탕증에서 매우 민감도가 높은 증상이다. 소시호탕증의 환자 상당수에서 "몸 상태가 나빠지면 목에서부터 신호가 오고, 감기 걸리면 목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소시호탕증에서 나타나는 인종(咽腫) 증상은 특이도가 상당히 낮다. 다시 말해서 인종(咽腫) 증상은 매우 비특이적인 증상이라서, 이 증상을 단서로 삼아서 소시호탕증에 꽂힌다면 실패는 거의 확실하다. 10중 8~9패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수유탕증, 백호탕증, 승기탕증, 사역탕증 등등 다른 다양한 탕증에서도 동일한 증상을 매우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처방의 범위를 처음에 좁혀들어갈 때,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목에서 신호가 먼저 나타나고, 감기 걸리면 항상 목감기로 온다는 증상"은 별 의미가 없다. 너무나 흔하게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또 다른 예로 흉간식체(胸間食滯) 혹 심흉간불화(心胸間不化) 혹 열격(噎膈)이라고 표현하는 ‘음식이 식도나 가슴에서 걸린 듯한 느낌, 가슴에서 체하는 느낌’은 귤피탕류에서 나타나는 특이도가 매우 높다. 

물론 특이도가 100%는 아니다. 황련제나 치자제에서도 흉간식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래도 귤피탕류에서 나타나는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처방의 범위를 좁혀들어갈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에 환자와 가볍게 문진(問診)을 하면서 후보 처방을 좁혀나갈 때는 특이도가 높은 증상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후보 처방들이 어느 정도로 좁혀지면, 비로소 그 때부터 민감도가 높은 증상으로 환자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방증(方證)을 기반으로 알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 방증에서 자주 나타나는(민감한) 증상들, 머리 속에 이미 기억하고 있는 방증을 환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환자의 증상을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알고 물어본다. 이 과정을 집증(執證)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소시호탕증의 적합도가 높다고 판단했을 때 혹은 후보처방으로 소시호탕이 고려가 됐을 때, 이 때는 흔한 증상이지만 소시호탕증에서 잘 나타나는 인종(咽腫) 증상이 소시호탕증의 확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진료의 과정에서 이 구분이 명확하게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숙련된 한의사들의 머리 속에서는 증상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넘나들고 버무려지면서 최종적으로 ‘적합도’가 가장 높은 처방을 선정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초심자들을 위한 질환별 프로토콜이라고 정리한 빈용 처방군들은, 특이도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어떤 처방군들이 비교적 자주 치료하는 주소증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빈용방들을 모아놓은 것이고, 그 안에서 감별은 각각 방증(方證)의 민감도를 바탕으로 확인해 들어가게 된다. 

 

상한금궤방은 기본적으로 질환이나 증상별 분류에 잘 맞지 않는 처방군이다. 그래서 역대로 상한금궤방을 그런 식으로 분류한 책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유용성이 낮다. 

그것이 상한금궤방의 단점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엄청나게 파괴적인 장점이기도 하다. 

왜냐? 비특이적인 증상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복잡한 질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질환별로 분류된 의서에서는 어느 문(門)에서 찾아들어가야 할지조차 짐작이 안 가는 병들이 많다.

 

숙련된 사람일수록 방증(方證)을 정리한 책에 나타난 평면적으로 보이는 여러 증상들을 각각 특이도와 민감도의 관점에서 층차를 가늠할 수 있다. 

사실 이 지식은 거의 암묵지(暗默智)의 영역이고, 진료 중에 직관적으로 발현된다.

 

예를 들어 복령음증을 살펴보자.

 

 

탄산 오심 식욕부진 吐水 동계 조잡 위부정체 팽만감 위부동통 위내정수 소변감소 변비 혹 설사 족냉 빈혈성.

 

복령음 증례가 있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방증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고 외워봐야 환자가 오면 복령음증을 잡아낼 수 없다. 

 

왜냐하면 환자들은 정확히 이 증상을 모두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일부 증상들만 가지고 오거나 혹은 전혀 엉뚱한 증상도 추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 나온 증상들은 대부분 매우 비특이적인 증상이다. 다른 많은 처방군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책만 보고 처방을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무시할 것인가?

☞무엇을 주증(主症)으로 잡고 무엇을 부증(附症)으로 잡을 것인지를 말로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 ☞감별해야 할 처방들(ex, 이중탕, 반하사심탕, 황련탕, 귤피죽여탕, 계지생강지실탕, 사군자탕, 생강감초탕, 복령사역탕 등등)을 알지 못하고 감별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증상의 들고 남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가감을 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선방에 확신이 없고 불안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감에도 단계와 수준이 있다.

(원방만으로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때로는 가감을 해야만 비로소 잘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분별한 가감이 이런 사고의 경로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한 예입니다. 자유롭게 창방해서 잘 치료하는 경우는 이 모든 논의에서 예외일 것이구요. 저도 최종적으로는 그런 실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이 친구야. 그러니까 증상만 보지 말고 변증을 해야지^^

 

변증논치의 방법론도 마찬가지이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어떠한 변증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장부변증, 육경변증, 위기영혈변증, 삼초변증...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비허수정으로 볼 지, 비신양허로 볼 지, 양허수범으로으로 볼 지, 태음병으로 볼 지, 태음소음합병으로 볼 지... 본질적으로 똑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용어만 다를 뿐...

 

글 : ☞ 키다리원장님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