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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야기

이러이러한 증상이 있다면(없다면) 이 처방을 못 쓰나요? 쓸 수 있나요?

by 키다리원장님 2022. 9. 7.

Q) 손발은 차고 시린데 추위는 타지 않고 더위를 많이 탈 때 계지탕류를 사용할 수도 있을까요?

 

A) 어떤 하나의 증상으로 어떤 처방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은 답도 없고 의미도 없어요.

대부분의 처방에 필증(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증상) 혹은 절대로 있으면 안되는 증상. 이런 건 없어요. 

 

설사를 안 하면 진무탕을 절대 못 쓰나요?

아랫배가 안 차면 오수유탕을 못 쓰나요?

수면 상태가 안 좋으면 마황을 절대 못 쓰나요? 

 

다 의미없는 질문들입니다. 

 

설사를 안 해도 진무탕을 쓸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아랫배가 안 차도 오수유탕을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죠.

수면 상태가 나빠도 마황을 써야할 때가 있구요.

 

 

예를 들어 오수유탕 환자의 빈증은 하복냉과 구역감(몸 상태가 나빠질 때; 생리 시 등등) 이예요.

근데.. 어떤 환자가 아랫배는 절대로 안 차다고 해요.. 냉도 별로 없고, 성교통도 없어요.

 

근데 나머지 모든 증후가 오수유탕을 가리키고 있다면 오수유탕을 쓰는 거죠.

발은 차가워서 깨질 것 같고, 생리 때 메슥거리면서 두통이 맨날 생기고..

평소에 두통이 생기면 일반 진통제로는 진통도 안 되고 메슥거리고... 토하고...

 

그러면 의심이 가서 질문을 하게 돼죠? 

환자분 진짜 아랫배 안 차요? 

당연히 물어봐야죠.. 이게 오수유탕을 구성하는 방증에서 상당히 중요하니까요.

 

근데 환자가 저는 아랫배는 차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안 차요. 그러면 그걸 믿어야죠. 

환자를 유도심문으로 몰고 가면 안 돼죠.

 

아랫배까지 차다고 하고, 냉도 많고 성교통까지 있다고 하면.. 대박... 땡큐죠..

이건 뭐.. 무조건 낫겠구나..

 

근데 아랫배가 안 차다..

그랬을 때는 이제 고민을 하는 거죠. 이래도 오수유탕을 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놓치고 있는 다른 적방이 있는가?

 

하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오수유탕의 적합도가 가장 높으면 그걸 주는 거예요. 

 

근데 이런 건 기준을 가지고 하다 보면, 오수유탕 증례가 나오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죠.

처음부터 이런 예외까지 변증까지 가르치고 그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오수유탕만 해도 이런 질문들은 의미가 없는 거죠.

 

두통이 없으면 오수유탕 못 쓰나요?

냉이 적으면 오수유탕 못 쓰나요?

메슥거림 없으면 오수유탕 못 쓰나요?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오수유탕의 적합도가 가장 높으면 오수유탕을 주는 거예요.

근데 자기가 아는 처방이 몇 개 없으면, 적합도고 뭐고 판단할 수가 없죠.

자기가 아는 게 오수유탕 밖에 없으면.. 그걸 자꾸 쓰고 싶으니까 무리수를 두게 되는 거예요. 

이럴 때는 오수유탕 못 쓰나요? 이럴 때는 계지탕 못 쓰나요? 이럴 때도 쓸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아래 환자.. 제가 문진을 하는데.. 모든 게 오수유탕이더라구요..

근데 아랫배는 안 차요..

그래서 고민을 했죠.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처방 중에는 오수유탕의 적합도가 가장 높더라구요.

그래서 오수유탕을 줬고 탁효를 봤어요.

 

이런 건 일단 기준을 습득하고, 정증의 환자를 경험하고, 증례가 반복적으로 나오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는 거예요.

 

그니까 계지탕의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고.. 그런 것도 똑같이 생각하시면 되구요,

나머지 모든 처방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마찬가지예요. 

 

추가로...

 

자기가 아는 방증으로 정해 놓고 유도심문으로 몰고 가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1선택이 틀렸을 때.. 이후에 처방을 찾기가 어려워져요.

 

1선택이 효과가 없을 때.. 

눈물을 닦고... 그 때 마음을 비우고... 다시 처방을 찾아야 하잖아요.

 

다시 환자가 말했던 표현 그대로를 보면서 적합도가 높은 처방을 찾아야 하거든요.

그 때 이미 챠트에 왜곡된 정보만 적혀 있으면 힘들어지는 것이죠..

 

방증을 알고 물어보되.. 환자의 표현을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그 사람의 병력과 형색성정과 비수한열, 신체증상을 모두 고려해서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을 선정한다. 

이게 전부인 것이죠. 이렇게 표현하든 저렇게 표현하든.

 

 

이런 분들이 전형적인 계지탕류의 분들이죠.

음적으로 유순하면서 중등도 이하의 체형에 추위 타고.. 챠팅은 아무 것도 없고.

몸살기운 혹 산후풍, 상열감, 피로, 두통 혹 몸 상태가 나빠질 때 식은 땀 정도 호소...

 

그리고 계지탕류 처방을 많이 쓰다보면..

계지탕도 쓰다가... 계지가계탕도 쓰다가... 계지가작약탕도 쓰다가... 계지가부자탕도 쓰다가...

쓰다보면 뭔가 2% 다른(?) 혹 잔기술(??)이 들어가야 하는 환자들이 생기죠.

그런 건 누가 가르쳐줘서 하는 건 아니고 기준을 가지고 치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통이 되는 것이구요. 

치골통과 심한 피로감, 몸살기운을 호소하는 이런 환자도 그런 경우네요. 

 

아까 계지탕 환자는 평소 손, 발, 아랫배가 차다고 하는데,

이 분은 평소 손, 발, 아랫배 차지 않다고 하잖아요.

 

그니까.. 사람마다 다 다른 거예요. 

그런 부분적인 증상으로 뭘 풀어나가려고 하면 안됩니다. 

 

그냥 음인에 추위 타고, 기타 챠팅이 없다.

그런 기준을 가지고 계지탕을 쓰다 보면 나머지는 뭐...

 

그래서 추위를 타는데 손발은 안 차면 계지탕 못 쓰나요? 

이런 질문들은 그래서 의미가 없어요....

 

다른 처방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글 : ☞ 키다리원장님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