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론 조문도 당연히 의미가 있지만, 동일한 처방을 사용하더라도 고대에 급성전염병을 치료하던 당시의 의료상황과 현재 일반한의원의 의료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동일한 처방도 지금은 대부분 잡병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현재의 의료상황에 맞는 처방 사용법을 익히고, 증례가 나오고 처방에 익숙해지면 조문은 이후에 서서히 연구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문을 해설한 좋은 책들은 유도주, 호희서 등 요즘 많이 나오고 있구요.
그리고 사실 상한론의 조문이 우리가 신비화하는 것처럼 대단한 거 아닙니다. 그 내용은 ☞김종오 원장님 강의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상한론 조문이 기술하는 병리적 상황 vs.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병리적 상황>
-. 상한론 조문에 나온 병리적 상황(급성기의 전해질 및 산염기 불균형, 체액 손실, 병원균 감염)과 한의원에서 동일한 처방으로 치료하는 만성질환 환자는 병리적 상황이 다릅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못 자는 계지감초탕(桂枝甘草湯) 환자.
병원에서 칼륨 농도, pH, 심전도 포함한 모든 검사 다 해도 아무 이상이 없죠.
상한론의 조문이 기술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처방은 동일하지만, 그 처방을 사용하는 방식은 시대적 & 의료적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것이죠.
하나의 설명 방식으로 일이관지一以貫之하려는 시도는 억지가 되기 십상입니다.
-. 상한론 조문이 언급하는 생리·병리적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완벽하게 이해를 한다고 해도(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한론의 비밀이 다 풀리고 상한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예요.
그런 과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우리 시대에 상한론의 처방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문제는 또 다른 거대한 주제입니다.
요즘의 의료환경에서 누가 얼마나 대함흉탕으로 복막염을 치료하고, 십조탕으로 늑막염을 치료하고, 대승기탕으로 MODS(Multiple Organ Dysfunction Syndrome)나 파상풍을 치료하겠어요.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지.
-. 하지만 저 역시 조문에 나온 병리적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싶고, 그 과정이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충족만이 아니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나 감염병 관리에 한의사 참여 등 시대적 & 의료적 상황의 변화 역시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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