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보는 감염병의 병인(病因)은 환자의 증상(證)으로부터 유추한 가상의 개념입니다.
조소금 선생의 제자 중 한 분인 이유곤 선생님 책의 내용을 읽어보겠습니다. (임상온병학특강, 대성의학사)
한의학은 많은 임상 경험을 통하여 病因을 역추적하여 알아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審證求因(증상에서 원인을 찾는다)’이라고 한다.
임상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통하여 자연계 기후 조건이나 지리 환경을 감안하여 원인을 찾고 동시에 현대의학 관점인 미생물적인 요소도 함축되어 있다.
특히 한의학적 시각에서 病因을 분석할 때 서양 의학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야가 있는데, 이것은 인체 자가반응 체계이다. 이렇게 인체 요소에 대한 분석은 현대의 병인분석학과 확실히 다르다. 현대의학으로 溫病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어떤 기후적, 지리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밝힐 수 있다. 그러나 한의학이 말하는 차가운[寒] 성질을 갖는 요소와 뜨거운 성질[熱]이 있는 요소는 양방의 세균학적 개념으로는 해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病因인 폐렴구균으로 폐렴이 발생했을 때 현대의학으로는 병원체는 누구에게나 똑같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한의학적 시각에서는 같은 미생물도 침입당한 인체가 다르면 病邪가 다르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일부 환자에게는 한사寒邪로 나타나고, 어떤 환자에게는 온사溫邪라는 열사熱邪 성질로 나타난다. 또 어떤 환자에게는 풍열風熱 성질이 두드러지거나 습열濕熱로 나타난다.
이렇게 한의학에서는 같은 사기도 여러 가지 病邪로 분석하지만 양의학에서는 한 가지 미생물로 보는 점에서 시각 차이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일한 폐렴구균에 감염이 되어 폐렴이 발생해도 환자의 반응은 寒, 溫, 風熱, 濕熱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어떤 사람은 風寒邪로 “인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마르고 진액이 부족한 사람은 溫熱邪로 “인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비만하고 평소 고량후미 많이 먹는 사람은 濕熱邪로 “인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은 風寒邪, 溫熱邪, 濕熱邪라는 사기로 “인해서” 이러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서 나타난 증상(證)을 바탕으로 가상의 病因을 역추적해서 이름붙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SARS는 춘온(春溫)이고, MERS는 습온(濕溫)이고, 코로나 델타 변이는 온병(溫病)이고,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는 상한(傷寒)이고 이런 식으로 퉁쳐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체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대략적인 패턴을 이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습도가 높은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 델타 변이 감염 환자를 분류해 봤더니
風寒형이 15%, 溫熱형이 35%, 濕熱형이 50%로서 습열형이 다수로 나타났다.
(상한과 온병이 섞일 수 있음)
혹은 늦가을의 건조한 강릉 지역에서 코로나 오미크론 감염 환자를 분류해 봤더니
風寒형이 30%, 溫熱형이 20%, 濕熱형이 10%, 秋燥형이 40%로서 대체로 풍한과 추조형이 다수더라.
(상한과 온병이 섞일 수 있음)
길익동동류의 일본 고방가들이 주장하듯 병인(病因) 분류와 병명(病名)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성질환에서는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만, 환자의 증상으로부터 역추적한 병인(病因)을 확정하고 혹은 병명(病名)을 정해두면 감염병처럼 증상이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질환의 경우 미리 질병의 변화를 예측하여 치료 방침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ex) 풍온병의 전변과 변증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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