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모든 공간에 스토리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自영업이면 자아自我가 드러나야 한다. 편의점을 해도 유통업에 대한 주인장의 고민과 해석이 그 작은 공간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방법론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방식과 성공의 잣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엇이 자영업자의 성공인가? 업의 본질을 얼마나 충실히 드러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삶이 더 재미있고 보람 있다. 일과를 끝내고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 셈하는 것이 장사의 목적이 되어버리면 하루 일과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을까? 고객과의 관계는 '돈'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삭막한 관계가 될 것이고 공간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어서 쓰는 재미도 있겠지만 업의 본질 자체가 주는 재미를 발견해야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략)
'도깨비 커피집'에서 발견한 업의 본질은 '커피의 다양성'이었다. 연남동에 거의 처음 생긴 커피집인데 카페 광풍이 불면서 연남동에도 상당히 많은 커피집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매출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깨비 커피집' 사장님은 자신이 추구하는 업의 본질을 더 심화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커피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대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커피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 강도현, 골목사장 분투기, 2012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너무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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