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내면에는 아마도 두 가지 기억이 서로 싸웠겠지요.
하나가 날개옷을 입고 자유롭게 날던 때의 기억이라면,
다른 하나는 나무꾼을 만나 아이들을 낳고 살아가던 평범하지만 소중한 기억입니다.
날개옷을 부여잡은 채 그녀는 잠든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뇌했겠지요.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조용히 날개옷을 옷장 속에 넣어두고 나무꾼과의 일상을 이어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날개옷을 걸치고 훌훌 날아가 버리겠습니까?
정말 결정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진정한 주인공 선녀는 깨달았습니다.
자유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삶은 어떠한 가치도 없다는 것을.
따라서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삶과 사랑은 기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로 이 책을 마무리하려는 이유를 짐작하시겠나요?
우리가 마치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와 같은 상황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후략)
- 강신주, 상처받지 않을 권리(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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