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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공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대충이 아니라 처절하게.

by 키다리원장님 2022. 9. 24.

<열자列子>라는 책 속에 처절한 배움의 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위飛衛라는 사람이 있었다. 천하의 명궁이었다.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그 명성을 듣고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비위가 그에게 말했다.

 

"먼저 눈을 깜박이지 않는 연습을 하게. 그런 뒤에야 활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네."

 

기창은 돌아와 아내의 베틀 아래 누워 눈을 베틀 끝에 댄 채 누워 있었다. 그러기를 2년, 마침내 그는 송곳이 떨어진다 해도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었다. 비위에게 찾아가 이 이야기를 하자 비위가 말했다.  

 

"아직 멀었네. 다음에는 쳐다보는 훈련을 해야 하네. 작은 것을 크게 볼 수 있어야 하고, 희미한 것이라도 뚜렷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네."

 

기창은 돌아와 머리털 끝에 이를 한 마리 잡아매었다. 그리고 그것을 창문에 걸어 두고 남쪽을 향해 서서 바라보았다. 열흘이 지나자 작은 것이 점점 크게 보였다. 그런 뒤에 다른 것들을 보았더니 표적이 되는 것들은 모두 산이나 언덕처럼 크게 보였다. 기창이 비위를 찾아가 그 이야기를 하자 비위는 가슴을 치면서 좋아했다. 그리고 기창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제자는 스승의 기술을 다 터득하였다. 이제 세상에는 스승 비위를 빼고는 그를 당할 자가 없었다. 

 

기창은 천하제일이 되기 위하여 스승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마침내 스승과 제자는 광활한 들판에 마주 섰다. 그리고 서로를 향하여 활을 쏘았다. 그러나 중도에서 화살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쏜 화살은 중간에 만나 서로 부딪쳐 서로를 쪼개며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승인 비위의 전동에 먼저 화살이 떨어지고, 기창에게는 한 대의 화살이 남아 있었다. 기창은 마지막 화살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비위가 막대기를 들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것을 막아냈다. 두 사람은 활을 내던지고 울며 서로 맞절을 했다. 그리고 부자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 구본형, 사람에게서 구하라, pp.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