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의 번갈(煩渴)은 현상에 불과하다. 석고 작용의 본질은?
목방기탕에서 왜 석고가 사용되는가? 심부전이 일어나면 조직의 혈액관류량이 적어지면서 유효 순환량을 체크하는 센서(동맥 및 여러 장기에 존재)에서 순환부전이 일어나는 것을 감지하거든요. 그러면 유효 순환량을 늘리기 위해서 RAA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항이뇨호르몬(ADH)를 분비하고 또 체액을 늘리기 위해서 갈증 중추를 자극하거든요. 갈(渴)! 다시 말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조직의 혈액관류량이 감소하면서 마치 실혈(失血) 상황과 비슷하게 몸이 반응을 하는 거예요. 이런 일련의 작용을 통해서 전체 체액량이 늘지만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부종이 생기게 됩니다(흉수저류, 하지부종). 조직액이 고이는 곳은 압력이 올라가고 번(煩)의 느낌이 생깁니다. 여기에 석고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실은 번갈(煩渴)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잉여의 조직액을 내보내기 위해서예요. 잉여의 체액을 내보내서 심장의 전부하(preload)를 줄여주고, 고여있던 조직액이 빠져나가면 번(煩)의 느낌도 완화됩니다. 물론 갈(渴)은 근본적으로 조직의 관류량이 회복되어야 완화되겠죠.
죽엽석고탕은 조직액이 소화기관으로 몰리면서 구역감이 생기구요, 마행감석탕은 조직액이 호흡기쪽으로 몰리면서 숨참, 기침, 가래를 유발하고, 백호탕도 사실 혈맥에서 조직 간으로 계속 체액이 빠져나오면서 갈증을 유발하는 상황이거든요. 월비탕은 그 체액이 추가로 체표에 고이면서 부종을 유발하죠. 하여튼 전에 석고를 번갈(煩渴)이나 양명열(陽明熱) 혹 염증의 개념으로만 바라볼 때는 석고가 들어간 처방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석고를 조직액의 비정상적인 이동과 그로 인해 발생한 조직액의 과잉을 해소하는 수독(水毒)의 관점에서 바라보니까 전에 가졌던 의문들이 많이 풀리더라구요.
안구질환에 석고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얼굴에서 결합조직이 가장 약한 부위가 눈꺼풀과 안구주변이거든요. 그러니까 조직액 과잉으로 부을 때 눈 주위가 가장 먼저 붓죠. 조직액이 과잉되면 눈 주위에 번열(煩熱)감이 생기고 순환장애로 건조 증상, 염증(부종은 염증을 악화시킴) 등이 생길 수 있고, 그 조직액의 과잉을 해소하는 것이 석고입니다. 소시호가석고탕이 소시호탕 바탕의 눈 주위 가려움 각질에 사용하잖아요. 그것도 그런 원리인 것이죠. 게다가 두드러기 질환에서도 석고는 중요한 약이죠.
아래 인용은 이런 생각을 하고 한참 후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내용.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격간의 수기를 뺄 때는 반드시 석고가 필요하다’ - 대총경절-
‘격간의 수기는 석고가 아니면 추하墜下할 수 없다’ -후시수-
글 : ☞ 키다리원장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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