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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야기

본초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by 키다리원장님 2012. 12. 24.

본초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1. 약징(藥徵), 길익동동 (1785) 
2. 고방약의(古方藥議), 천전종백 (1861)
3. 본초정의(本草正義), 장산뢰 (1932)
4. 본경소증(本經疏證), 추주 (1832)
5. 상한론 처방과 약증(藥證), 황황 (1997)
6. 본초강좌, 이재희 (2003)
7. 한약약리학, 김호철 (2004)

이 정도를 읽으면 각 약물에 대한 대강과 바른 견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과 때 푹 빠져들었던 본초문답(本草問答)은 제외하였습니다. 요즘 다시 보니 굳이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2번은 경희대 복사실에 번역본이 있습니다.)
근데 여기 나열된 책 대부분은 사실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 않으면 읽기 어렵습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지만, 지름길은 없습니다. 알고도 읽고 모르고도 읽는 겁니다. 작년에 읽고, 올해 읽고, 내년에 또 읽고...
읽으면서 몸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를...
관(觀)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인체에 대한 모델링(modelling)입니다. 모든 모형은 불완전하지만 모형이 없이 실체에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모형이 없이 실체에 바로 접근하는 것은 학문의 영역이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접근의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거나 후대의 사람들이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넘사벽의 스승님이 돌아가시면 그냥 끝나는 겁니다.

모형에 대해서 말이 나왔으니 모형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모형의 기본적 성질

■ 모형은 자연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에 근거한 인간의 창작물이다. 모형은 실제와는 상관없다.
■ 모형은 종종 맞지 않다. 이것은 모형의 특성으로, 추측에 근거하여 너무 심하게 단순화되어 있다.
■ 모형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복잡해진다. 모형의 결함이 발견되면 수정하고 더욱 상세하게 해야 한다.
■ 관측 또는 예측에 앞서, 모형에 사용된 가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모형일수록 많은 가정이 사용되어 대략적인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다. 
모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모형의 장점과 취약점을 이해하여 적당한 수준의 요구만을 기대해야 한다. 원소의 전자 배치에 사용되는 축조(aufbau) 원리를 가지고 위의 견해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 모형이 대부분 원소의 전자배치를 정확히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크로뮴(Cr)과 구리(Cu)의 전자 배치에는 맞지 않는다. 크로뮴과 구리의 전자배치는 간단한 모형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전자의 상호 작용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자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간단한 모형을 부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형을 사용할 때는 주의를 요할 뿐이고, 모든 경우에도 잘 맞는 모형은 기대할 수 없다.
모형이 잘 맞을 때보다는 맞지 않을 때에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어떤 모형이 잘못된 예측을 했다면, 자연의 기본적인 성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실수가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 Chemistry, 6th Ed. ZUMDAHL

일반화학책에 나온 내용이지만, 모든 의서(양의학책을 포함)를 읽을 때 이 내용을 유념하고 읽어가면 됩니다. 

① 모형은 실제와는 상관없다!
② 모형은 종종 맞지 않다!!
③ 모형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복잡해진다!!!
④ 모든 경우에도 잘 맞는 모형은 기대할 수 없다!!!!
⑤ 모형이 잘 맞을 때보다는 맞지 않을 때에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재밌죠? 여러분이 사랑하는 한의학의 역사와 비교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