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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야기

변방증(辨方證)?

by 키다리원장님 2012. 12. 24.

변방증(辨方證)?

펑스룬은 「방증(方證)은 변증(辨證)의 꽃(尖端)이다」하여 ‘변방증(辨方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복잡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변방증(辨方證)이란 결국 방증상대(方證相對)가 아닌가?
변증론치(辨證論治)가 대세인 중의학계에서 태클 당하지 않기 위한 수사에 불과한 용어가 아닐까?

고인(古人)들은 어떻게 질병을 치료했을까?
해부학적, 생리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던 고인들은 오직 병태(病態)만을 보고 질병을 치료했다. 굳이 말하자면 그들에게는 병리학만 있었다. 왜 낫는지 모르지만 마황탕증(麻黃湯證)이 보이면 마황탕(麻黃湯)을 투여해서 나았던 것이다. 그것이 방증상대(方證相對)이고, 증치(證治)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있기 전에 사람이 있었고, 질병이 있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특정한 병태(證)를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발견했다.
고방(古方)은 결코 완법(完法)이 아니다.
하지만 200여방이 포괄하는 인체의 병태(病態)는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역대의 수많은 천재들이 이 병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구하고, 업적을 남겼다.
선배들의 업적을 이해하는 것만도 몇 년이 걸린다.

길익동동(吉益東洞)은 상한금궤에 대한 고증과 약물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한론을 썼다. 방극(方極)이다.
길익남애(吉益南涯)는 ‘왜 낫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천재적인 발상으로 기혈수론(氣血水論)을 도입하고 불완전한 저작을 남겼다. 방용(方庸)이다. 64년의 생이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각 처방에 대하여 방증상대(方證相對)의 개념을 뛰어넘어 순환론적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을 때 나만의 상한론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1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한 번의 생(生)으로 부족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