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을 읽고, 방의(方意)에 대해서 고민하고, 치험례를 읽어라.
그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결단코 없다. “다 버리세요. 그런 것 다 공부할 필요 없고, 이것만 알면 됩니다.” 그런 건 듣기 좋은 말일 뿐이다. 그 과정을 다 거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치험례를 설명할 때, 그 처방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직관”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거나 혹은 기술하지 못한다. 그냥 환자를 관찰하다가 처방이 떠오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는, 논리적인 추론을 거쳐서 이 처방이 선택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약의 기본은 증치(證治)이고 침의 기본은 아시(阿是)다. 마지막 문단을 기억하면 된다.
「이런 환자들 많이 보시죠. 심하게 어지러워서 토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보행이 힘들 정도로 어지럽고, 앉았다가 일어났을 때 엄청 핑 돌고. 그런 환자들이 다 여기 해당하는데, 이런 경우에 우리가 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처방들이 우리 몸의 수분대사를 조정하는, 일독(一毒)이 수(水)에 해당하는, 수를 처리하는 약물들이 많이 들어가죠. 대개는 소변불리가 같이 따라다니는 택사, 복령, 출. 이런 것들이 말초성 어지럼증을 다스리는 대표적인 약물이고, 거기에 환자들이 호소하는 기타 증상이 끼어있을 때, 모(冒)를 다스리는 오미자라는 약물이 있죠. 오미자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처방 중에 현훈류를 다스리는 처방이 뭐가 있죠? 복령과 만나는 영계미감탕이 있죠. 그런 정도의 카테고리, 예를 들어서 그 처방의 성격을 알고 있어야 처방을 찾을 수가 있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복령의 계급근척육순悸及筋惕肉瞤을 확인해서, 플로우챠트에 대입해서, 말이 플로우챠트지, 솔직히 환자를 봤을 때, 그 사람이 복령이냐 아니냐를 판단해서, 있으면 넣고, 없으면 룰아웃시키고, 이렇게 하기가 굉장히, 솔직히 말해서 쉽지가 않잖아요.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개의 처방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대강의 증치(證治)적인 개념을 알고 있으면, 복령제를 나누고, 또 비복령제로 들어가고 하는 것도 훨씬 더 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번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원장님들이 공부를 하시다보면, 고방(古方)을 쓰시다가 드라마틱하게 낫는 케이스가 있죠. 디스크로 왔는데, 부자증도 없고, 감수증도 없고 다 빼고 심플하게 가자해서, 덜덜 떨면서 작약감초탕을 줬어요. 환자는 약이 묽다고 난리를 치고, 그런데 약을 3~4일 먹었는데 엄청 좋아져서 고맙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시죠. 근데 그런 케이스가 있는 반면에 약을 줬는데, 안 들어가고, 또 바꿔서 줬는데도 안 되고, 또 바꾸고 또 바꾸고, 계속 헤매는 경우도 되게 많거든요.
그게 왜 그런가 원장님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더니, 저희들은 원래 방제원년 시작을 했을 때는 증치(證治)에 관련된 책을 무조건 다 읽었어요. 그때는 공부할 것이 없었어요. 약징(藥徵)을 알기 이전이었고, 그래서 일본에서 쓰는 고방(古方)에 관련된 책 중에 시중에 번역된 책들은 무조건 다 샀죠. 그것을 무조건 다 읽으면서 도설한방진료요방에 정리를 했어요. 예를 들어 대총경절저작집을 보면서 작약감초탕 치험례가 있다, 거기에 뭐 디스크 치험례도 있지만, 종아리 근육이 땅겨서 잘 걷지 못하는 아이를 치료한 치험례라든지, 경기(驚氣) 치험례, 그런 것들이 있으면 그것을 도설에다가 옮겨서 적습니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렇게 해서 한 책에 다 모으면, 나중에 보면 정리가 다 되잖아요. 작약감초탕하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치험례는 아닐지라도, 번역되어 있는 치험례는 거기에 다 적힌 거죠. 그걸 알고 있는 사람하구요, 이게 작감탕으로 치료될까 하는 사람하고는 정말 다른 겁니다. 간질 아이가 왔는데, ‘작감탕으로 되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내가 예전에 그런 치험례를 읽고 공부한 적이 있으면, 작감탕으로 갈 수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예요. 그것을 해 놓으시면 공부하기가 되게 편해요.
증치(證治)를 다 공부를 해 놓고, 약징(藥徵)을 공부해서 처방을 선정하다 보면, 이제 환자가 왔을 때 처방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 짜증이 난다든지, 그런 것은 없어지는 수준이 되요. 한의사분들이 제일 바라는 것이 그거잖아요. 솔직히 침 맞고 안 나으면, 그런 거야 뭐, 친절과 봉사로서 넘어갈 수 있지만, 약을 줬는데 안 낫는다든지, 약을 줬는데 전화하기가 무섭다든지, 환자에게 전화가 오면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든지, 이러면 그게 제일 짜증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스트레스를 없애는 길은 제가 볼 때 이 방법이 제일 빨라요. 물론 사상의학이라든지 그런 것이 환자를 못 고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봤을 때는 이런 방식으로 고방을 접근하시는 것이 쉬워요. 그리고 고방을 이런 식으로 공부하시면, 후세방 있죠. 지금 후세방도 많이 쓰시고 사상방도 많이 쓰실 텐데, 고방을 공부 안 했을 때보다 그것을 쓸 때 굉장히 쉬워져요.
저는 무슨 고방을 100% 다 쓰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지금 현재 하시는 그런 의학에서 기본이 되는 것이 상한과 금궤의 처방이잖아요. 그것을 알고 계시면 후세방은 굉장히 쉽게 들어오거든요. 동의보감 처방을 볼 때 굉장히 쉬워요. 그런 면이 있으니까, 공부를 그런 식으로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연세가 있으신 원장님들은 모르겠지만, 젊은 원장님들은 환자가 예를 들어 두통으로 오면 방약합편의 두통문을 뒤져서 기허(氣虛)두통인가, 혈허(血虛)두통인가, 이렇게 막 찾아가지고 거기에 맞는 처방을 던져서, 나으면 낫고, 안 나으면 어쩔 수 없고.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그런 것이 없어져요.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시려면 증치(證治)를 공부를 많이 하시면 좋습니다. 그게 빨리 가는 길이예요.
아무리 약징(藥徵)을 달달 외우고, 환자에게 많이 써보고 해도, 기본이 되는 베이스가 없으면 진도가 안 나갑니다. 한 일 년 잡고 증치(證治)책 다 보시면 금방 보거든요.」
- 대한상한금궤의학회 교육이사 박OO,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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