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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지거작약탕론 桂枝去芍藥湯論
계지거작약탕은 그 처방의 증례를 낸 사람만 알 수 있는 특유의 방증(方證)이 있다.
상한론 주석서들 읽어봐야 소용없다. '흉양(胸陽)이 부족하므로 산한(酸寒)한 작약을 뺀다.' 이런 좋은 이야기들은 '글자 놀음'일 뿐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 증례를 얻어야 처방을 알 수 있는 것이지, 책을 읽는다고 처방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증례를 낸 이후에 해설을 읽어보면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이렇게 어렵게 설명할 수도 있구나... 읽어보면 이 양반이 계지거작약탕으로 실제 환자를 치료해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실제 경험도 없으면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모르면 말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
대저 고의도(古醫道)를 배우는 자는 먼저 상한론(傷寒論)을 숙독하는 것이 좋다. 그러한 다음에 좋은 스승 아래에서 직접 이를 사실에 시험하기를 오년, 십년하는 동안 쉬지 않고 깊은 연찬(硏鑽)을 쌓아 간다면 자연히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다. 그 후에 한당(漢唐) 이후의 의서를 읽는다면 그 책이 믿을 만한 양서(良書)인지 아닌지가 마치 미인(美人)과 미인(美人)이 아닌 사람을 거울에 비추어 구분하는 것처럼 확실해진다. 만약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만권의 책을 읽을지라도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에는 진전이 없다.
- 영부독소암, 만유잡기
凡欲古醫道學者, 當先熟讀傷寒論, 而後擇良師友事之. 親試諸事實, 若五年, 若十年, 沈硏感刻不休, 則自然圓熟也. 而後取漢唐以下之醫書讀之, 則其信妄良寙, 猶懸明鏡而辨姸媸, 不然則雖讚盡萬卷之書, 要無益于術焉.
- 永富獨嘯庵(1732-1766), 漫遊雜記
문제는 계지거작약탕은 빈도가 높은 처방이 아니라서, 내 경우도 처음 증례를 한두개 냈을 때는 계지거작약탕 환자가 막상 진료실에 들어와도 즉시 못 알아보곤 했다. '이게 뭐지?' 뭔가 알 것 같은데 헤매다가 환자가 되돌아간 후에야 이 처방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놓치기가 더 어렵다. 계지거작약탕은 특유의 체형과 분위기 및 증상이 있다.
아직 증례가 없는 분들은 이미 발표된 전형적인 증례들을 반복해서 읽고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계속 준비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계지거작약탕 환자가 온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그 환자가 와도 알아볼 수가 없다. 그 때 직접 처방을 투여해서 득효해야 비로소 하나의 처방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나도 똑같은 과정을 통해서 이 처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처방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계지거작약탕의 인형(人型)은 계지탕과 동일하다. 음적 성향에 추위를 타고 중등도 이하의 체형이다.
보통 주소증은 갱년기 증후군, 두면부의 상열감, 두통, 어지럼증, 가슴답답함 혹 두근거림, 각종 근골격계 통증(견배통, 요통 등등), 잦은 몸살 이 정도를 호소한다.
계지탕과 다른 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흉만(胸滿; 가슴답답함)이다. 그리고 계지탕도 상열감이 있을 수 있지만, 계지거작약탕은 상열감이 훨씬 저명하다. 언뜻 보면 계지탕 같은데, 상열감과 가슴답답함이 저명할 때. 그게 계지거작약탕이다. 이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명시지의 핵심이다. 나머지는 직접 환자와 부딪치면서 본인이 체득하면 된다.
기타 경향성으로는 계지의 충역(衝逆)이 계지탕보다 심하게 나타나므로 메슥거림이 동반될 수 있고 상열하한(上熱下寒)이 나타난다. 하지만 오수유탕이나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정도의 하복냉(下腹冷)이나 족냉(足冷)은 호소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감별해야 할 처방이 많다. 사실 계지거작약탕만 알고 있다고 이 처방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감별해야 할 처방까지 알고 있어야 비로소 이 처방을 쓸 수 있다.
갱년기 증후군을 주소로 하는 경우는 가슴이 답답하면서 우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실치자시탕 혹 치자생강시탕과 감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지실치자시탕은 더위를 타고 중등도 이상의 체형이기도 하고(하지만 마르고 추위를 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형이 겹칠 수 있다), 결정적으로 계지거작약탕과 달리 수면상태가 좋지 않다. 계지거작약탕은 상열과 흉부증상은 심하지만 의외로 수면에는 문제가 없다.
계지탕 바탕에서 흉부 증상을 호소한다면 계지가후박행자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계지가후박행자탕의 마른 기침, 잔기침, 인후이물감, 가슴답답함(천식)은 호흡기 질환이다. 반면 계지거작약탕은 순환기 질환("순환의 편중")에 가깝다.
계지거작약탕은 상열감과 더불어 심한 두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가슴답답함, 메슥거림이 있기 때문에 계지생강지실탕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계지생강지실탕은 비수의 범위는 넓지만 음적 성향이고 추위를 타기 때문에 인형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계생지는 소화기 문제와 구역감 및 우울감이 매우 저명하다. 도식적으로는 혼동이 될 것 같지만 실제 계생지 환자를 보면 계지거작약탕 환자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계지거작약탕에서 상열감이 저명하지 않은 경우는(보통 소아들의 경우 상열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가슴답답함만을 호소하기 때문에 귤피지실생강탕이나 자감초탕과 감별이 필요하다. 귤피지실생강탕은 이기제(理氣劑)로서 악화 요인이 식사나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주의하면 된다. 자감초탕과는 비수와 한열의 인형(人型)으로 감별이 된다. 귤지강은 비수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계지거작약탕이나 자감초탕 혹 시호가과루실탕과 감별이 필요하다.
반하후박탕도 흉만(胸滿)을 동반하고 메슥거림이 높은 빈도로 있으며 상열(上熱)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계지거작약탕과 달리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고(불안장애, 공황장애) 수면상태 역시 좋지 않기 때문에 감별이 된다. 그리고 체형도 일반적으로 반하후박탕은 중등도 이상인 경우가 많다.
계지거작약탕 환자에 계지탕을 주면 어떻게 될까?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별 부작용은 없고 그냥 낫지 않겠지만(계지탕은 계지거작약탕의 주증인 가슴이 답답한 흉만胸滿 증상을 해결할 수 없다. 그게 핵심이다.), 증상이 심한 전형적인 경우라면 한약을 바꿔주거나 환불을 해줘야 할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가슴은 더 답답해지고 메슥거림은 더 심해지고... 근데 그것도 좋은 공부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계지거작약탕의 특성과 효능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 물을 먹지 않고 수영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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