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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감조탕은 가슴 두근거림을 동반하는 불안증이나 자율신경실조증에 자주 쓰이는 처방입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율신경실조증'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체온, 맥박, 땀, 소화, 수면 등을 스스로 조절하는 장치를 자율신경이라고 합니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얼굴로 열이 달아오르고 손발은 차가워지며, 식은땀,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이 나타납니다. 소화가 안 되고 대소변이 불편해지며,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잘 못 자는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동반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신경계가 실제로 손상되는 길랑-바레 증후군이나 약물 중독, 혹은 당뇨 합병증처럼 명확한 기질적 원인이 있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율신경실조증은 사실 질병의 근본 원인을 나타내는 진단명이 아닙니다. 몸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나 피로로 인해 자율신경의 밸런스가 일시적으로 깨져서 나타나는 '증상들의 모음(증후군)'일 뿐입니다.
즉,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병명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환자는 가슴도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어지러운데 검사 결과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정상일 때, 의료진이 붙이는 이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주 쓰이는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심장신경증'입니다. 이 역시 심전도, 심장 초음파, 혈액 검사 등 서양의학적 검사에서는 아무런 기질적 질환이 없는데도 흉통, 두근거림, 숨참, 가슴 답답함을 반복해서 호소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불안신경증’으로 간주되며, 현대 정신의학 분류(DSM)상 '공황장애'나 '범불안장애' 영역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기저기 아프고 어지럽고 가슴은 두근거리는데 검사로는 뚜렷한 이상이 안 나오니, 자율신경실조증이나 심장신경증, 혹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 같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외에 뚜렷한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일수록 원인 없는 증상명에 매달리기보다, 무너진 몸의 불균형을 전반적으로 잡아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한의학적 접근이 좋은 치료법이 됩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른 게 아니라, 먹고 싸고 자는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 개선하는 것입니다.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아지면 자율신경은 자연스럽게 안정이 됩니다.
몸을 고쳐야 병이 낫는 것이지요. 그 반대가 아니라.
영계감조탕(苓桂甘棗湯)은 복령, 계지, 감초를 지칭하는 영계감(苓桂甘)류 처방 중 하나입니다. 영계감조탕뿐만 아니라 모든 영계감류 처방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불안감과 수면상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복령(茯苓)은 강력한 안심·진정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본인의 체질과 성향에 맞아야 제 효과를 발휘합니다.
복령이 잘 맞는 이들은 대체로 기세가 약하고 음(陰)적인 성향을 띱니다. 평소 걱정이 많고 건강염려증 경향이 있으며, 사소한 자극에도 가슴이 쉽게 두근거리고 맥박수도 평균보다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신경을 쓰면 수면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매우 예민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rson)'의 특성과 일치합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지만, 역설적으로 개별 증상의 객관적인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기세가 강한 양(陽)적 성향의 환자에게는 황련(黃連)이나 시호(柴胡)가 포함된 처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특정 사건 이후 증상이 발현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범주에 속하는 경우에는 용골(龍骨)이나 모려(牡蠣) 같은 진경·안신(鎭驚·安神) 약재를 배합해야 비로소 호전 반응을 보입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처럼 표면적인 증상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환자의 외형과 성정, 즉 인형(人型; 사람의 유형)이 처방과 부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발병 당시의 심리적·환경적 상황까지 추적하고 고려해야만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계감(苓桂甘)류 처방들은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심계), 신체 일부나 근육의 잦은 떨림(肉瞤筋惕),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을 공통적으로 공유합니다. 따라서 영계감류 처방 전반은 자율신경실조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을 모두 아우르며 치료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지닙니다.
이처럼 영계감류의 적응증이 확인된 상황에서, '영계감조탕(苓桂甘棗湯)'을 최종 선방하기 위해서는 감별 진단을 통한 배제(Rule out)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환자에게 비정상적인 갈증, 명치 부위의 소화불량, 명백한 소변 이상(잔뇨감·빈뇨·절박뇨), 심한 부종, 식은땀, 마른기침이나 숨참, 잦은 설사 등의 동반 증상이 없는 것이 확인될 때, 비로소 다른 모든 영계감류 처방을 배제하고 영계감조탕을 확진하여 선방할 수 있습니다.

영계감조탕(苓桂甘棗湯)은 이러한 심리적 문제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대추(大棗)를 충분히 증량함으로써 근골격계 질환까지 동시에 다스릴 수 있는 처방입니다. 실제로 만성적인 전신 통증을 호소하는 섬유근육통(Fibromyalgia) 환자에게서 명백한 복령증(茯苓證)이 관찰된다면 영계감조탕도 고려해야 합니다.
섬유근육통은 신경계의 과민 반응과 심리적 요인이 통증에 깊이 관여하는 질환입니다. 서양의학에서도 이를 치료할 때 단순 소염진통제보다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주축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적 관점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마음의 울결을 풀고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 시호, 지실, 향부자 같은 이기제(理氣劑)를 활용하거나, 과열된 신경을 가라앉히기 위해 황련, 치자, 복령, 용골, 모려 등 청열안신(淸熱安神)하는 약재를 배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영계감류, 황련제, 치자시탕류 (건강염려증, 불안장애 불안증, 우울증, 자율신경실조증)
☞ 심장신경증(가슴 두근거림 및 답답함, 흉통, 숨참, 호흡곤란)의 한약(한방) 치료에 대하여
☞ 사역산론(四逆散論) (만성적인 과도한 긴장과 피로, 자율신경실조증)

글 : ☞ 키다리원장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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