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혈수론(氣血水論)에 대한 단상>
모든 병리적 변화는 일차적으로 체액 순환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이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조직의 기질적 변화를 유발한다.
그런 병리적 변화가 인체에서 느껴지거나 나타날 때,
① 열감(熱感), 만감(滿感), 한랭감(寒冷感), 공허감(空虛感), 질색감(窒塞感) 등으로 인지되면(症候) 해당하는 약물을 기제(氣劑)로 분류한다. ex) 대황, 후박, 건강, 부자, 석고, 황련, 황금, 치자, 귤피
② 조직액의 저류(부종, 복중뢰명), 조직액의 삼출(콧물, 가래, 진물) 등으로 인지되면 해당하는 약물을 수제(水劑)로 분류한다. ex) 마황, 반하, 복령, 정력자, 방기
①, ②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약들은 기본적으로 혈제(血劑)로 분류된다. 또한 경결감(硬結感) 및 화농증(化膿症)과 관련된 약물은 모두 혈제(血劑)로 분류된다. 경결감(갈근, 인삼, 당귀), 화농증(황기, 길경, 작약)은 모두 공통 기전으로 혈액 순환의 불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만성화되어 딱딱하게 굳기만 하고 곪지 않을 때, 천금내탁산(인삼, 황기, 길경)이나 배농산(길경, 작약)을 사용하는 원리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 기혈수(氣血水)라는 것도 실체를 반영하는 용어가 아니고, 병리적 상황에서 인체에서 “느껴지는 or 나타나는(症候)” 양상에 따라서 분류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분류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건강(乾薑)은 냉감을 주기 때문에 기제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에 수제로 분류할 수도 있다. 세신(細辛) 역시 냉감을 유발할 때는 기제로 분류하지만, 콧물에 초점을 맞추면 수제로 분류할 수 있다. 대황(大黃)도 만감과 열감을 유발하는 경우(승기탕류)에 초점을 맞추면 기제로 분류하겠지만, 어혈의 증상에 초점을 맞추면 혈제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고인들의 분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들이 느끼고 묘사하고자 했던 몸의 상태에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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