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麻黃)에 대한 소고(小考)
마황은 발한제(發汗劑)인가?
마황이 발한제라면, 마황이 석고와 배합되면 지한(止汗) 작용을 한다는 설(說)은 뭔가?
마행감석탕(麻杏甘石湯)은 발한(發汗) 작용을 하는가? 지한(止汗) 작용을 하는가?
1. 수정과(水正果)
계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계지를 직접 달여서 마셔보면 이런 느낌이 난다.
전탕 시에 특유의 냄새가 강하다. 20g을 달여서 350mL로 만든 따뜻한 탕액을 마시면 얼굴, 가슴, 어깨 부위가 마치 생강차를 마셨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게 약간 후끈하면서 땀이 살짝 난다. 하지만 차게 마시면 그 변화를 거의 느낄 수가 없다.
▪ 계지는 단독으로 사용하면 발한력이 약하지만 마황과 함께 쓰면 마황의 발한 작용을 증가시킨다. 계지 정유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조절하며 체표의 혈액 순환을 증가시킨다.
- 김호철, 한약약리학, 집문당, pp.66-67, 2004
계지의 효능은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갈무리할 수 있다.
약징(藥徵)에서는 계지의 주치를 충역(衝逆)으로 삼고 있다.
桂枝 主治 衝逆也. 旁治 頭痛 發熱 惡風 汗出 身痛 奔豚.
충역(衝逆)은 인체의 내부에서 기운이 위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으로 리증(裏證)이다. 일반적으로 계지가 치료하는 오풍(惡風)은 표증(表證)이다. 계지는 어떻게 표증(表證)인 오풍과 동시에 충역으로 표현되는 분돈(奔豚)이나 심계(心悸) 등의 리증(裏證)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떠한 조건으로 인하여 체표의 말초혈관이 수축하면 순환하는 기혈은 인체의 내부로 모이게 되고 압력이 증가하므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무언가 위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上衝)이 일어난다. 혹은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리증인 충역(衝逆)이 일어난 근본 원인이 체표 말초혈관의 수축으로 인한 기혈의 편중이므로, 계지는 체표의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인체의 내부로 비정상적으로 몰렸던 기혈을 다시 체표 부위로 확산시킴으로써, 리위(裏位)의 이상도 자연스럽게 치료한다. 계지탕(桂枝湯)이 임신오조(입덧)를 치료하고, 계지가계탕(桂枝加桂湯)이 심한 두통을 치료하고, 계지감초탕(桂枝甘草湯)이 심계(心悸) 발작을 치료하는 원리도 이것이다.
▪ 계지는 이뇨 작용이 있고 또한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 Ibid., p.67
계지는 단순히 체표혈관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전신의 모세혈관에 작용한다. 표증(발열, 오풍, 두통)이 없는 경우에도 사령산(四苓散)이 아니라 계지가 들어간 오령산(五苓散)을 사용하는 것은 신장(kidney) 사구체 모세혈관의 관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상한론의 백출부자탕(白朮附子湯) 조문을 살펴보자.
傷寒八九日, 風濕相搏, 身體疼煩, 不能自轉側, 不嘔不渴, 脈浮虛而濇者, 桂枝附子湯主之. 若其人大便硬, 小便自利者, 去桂枝加白朮湯主之.
상한 8~9일째에 風과 濕이 서로 뒤엉켜 온몸이 욱신거리고 몹시 아파 스스로 돌아눕지도 못할 지경인데, 구토나 갈증이 없고 맥이 浮虛하면서 濇하면 계지부자탕으로 다스린다. 만약 대변이 굳고 소변이 잘 나오면 거계가백출탕(백출부자탕)으로 다스린다.
소변량이 지나치게 증가할 경우 계지를 빼라고 지시하고 있다. 길익남애(吉益南涯)는 방용(方庸)에서 본 조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自利는 不利에 비하여 그 병위가 더 深部이다. 본 방증에 上逆하는 증상이 없으므로 계지를 去한다. 만약 小便不利와 上逆하는 증상이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계지를 사용해야 한다. 朮 단독으로는 그 逆氣를 제거할 수 없다.
2. 마황은 발한제(發汗劑)인가?
▪ 마황의 유효 성분 중 ephedrine 50~60mg을 인체에 투여하면 상온에서는 발한 작용을 거의 나타내지 않으나 따뜻한 환경에서는 약 30분~2시간 후 땀 분비가 빠르게 증가된다.
▪ 마황 이뇨 작용의 유효 성분은 d-pseudoephedrin이다. 0.5~1mg/kg을 마취한 개에 정맥 주사한 경우 소변량이 2~5배 증가하였고 투여 후 작용이 30~60분 가량 지속되었다.
- Ibid., p.64
결국 마황 단독으로는 마황을 발한제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마황이 충분한 발한작용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체표혈관의 확장에 의한 국소체온의 상승이 꼭 필요하다. 계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마황탕(麻黃湯) 등에서 마황과 계지가 같이 배오되어 발한(發汗)작용을 증강시키는 원리이다. 상한론에서 마황탕을 복용한 후에 이불을 덮어서 땀을 내라는 복약법도 같은 맥락이다.
▪ 장티푸스 백신으로 발열을 유발한 토끼에 대하여 5g/kg 생석고의 해열 효과는 0.2g/kg antipyrine과 유사하며 약을 복용시킨 지 30분 후에 체온이 뚜렷이 하강하였으며, 투여 1~1.5시간 후에 해열 작용이 가장 강했다. 석고의 해열 작용은 이렇게 신속함을 가지고 있지만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다.
- Ibid., p.117
체온 상승이 없는 상태에서 마황은 발한보다는 이뇨작용을 나타낸다. 마황이 석고와 조합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마행감석탕(麻杏甘石湯)과 월비탕(越婢湯)은 소변량을 늘리면서 지한(止汗)의 방향성을 가진다. 하지만 임상에서 마행감석탕을 사용해 보면 땀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땀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의학충중참서록(醫學衷中參書錄)이나 금궤명의험안정선(金匱名醫驗案精選) 등에서 월비탕 치험례를 보면 월비탕을 복용하고 땀을 흘린 후에 부종과 통증이 감소하는 례를 볼 수 있다. 이건 뭔가?
3. 마황은 발한제(發汗劑)도 아니고, 지한제(止汗劑)도 아니다.
마황을 작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개념은 길익남애(吉益南涯)의 기혈수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길익남애는 기혈수약징(氣血水藥徵)에서 마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麻黃 治表之瘀水也.
즉, 마황은 발한(發汗)하는 것도 아니고, 지한(止汗)하는 것도 아니며, 이뇨(利尿)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은 외부로 보이는 지엽적(枝葉的)인 증상일 뿐이고, 마황의 작용은 체표와 두면 부위(表位)에 비정상적으로 정체된 수분(瘀水)을 흔들어서 유동성을 늘리고, 그것이 적절한 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임팩트(trigger)를 가하는 것이다.
계지가 배합되어(마황탕) 체열이 올라가면 그 수독(水毒)은 땀을 통하여 체표로 빠져나가기 용이해지고, 석고가 배합되어(마행감석탕, 월비탕) 체열이 식으면 그 수독(水毒)은 소변으로 빠져나가기 쉬워질 뿐이다. 혹 몸이 차가운 음증(陰證)자라면 땀이나 소변으로 수분이 배설됨으로써 더욱 체열을 잃어버리기 쉬우므로, 부자나 세신과 배합하여(마황부자세신탕, 마황부자감초탕) 그 잉여의 수분을 덥히고 몸 전체 순환계로 흡수시켜 재사용한다.
마행감석탕을 복용하고 발한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체열을 낮출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량의 석고가 투여되지 못했거나, 혹은 그 사람의 체열은 석고로 낮출 수 있는 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탕증(湯證)이 아닌 것이다. 월비탕을 복용한 후에도 체열이 충분히 높은 상태라면, 혹은 의도적으로 이불을 덮어서 체열을 올리면 마황으로 유동성이 증가한 체표의 수독(水毒)은 땀으로 빠져나간다.
또한 마황가출탕(麻黃加朮湯)에서 보듯이 이런 배독의 통로가 두부 자르듯이 나눠지는 것도 아니다.
마황과 계지와 석고가 동시에 배오된 대청룡탕(大靑龍湯)은 가장 강력한 발한제로서 ‘발한(發汗)의 신제(神劑)’라고 칭해지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ps. 본초의 효능을 약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제한된, 말초적인 현상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석고도 이렇게만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부족한 면이 너무 많죠. 이 글의 맥락 속에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한의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수도명(矢數道明) 선생의 도화탕(桃花湯) 치험례 (0) | 2012.12.24 |
---|---|
귤피(橘皮) vs. 치자(梔子) (0) | 2012.12.24 |
약의 기본은 증치(證治)이고 침의 기본은 아시(阿是)다 (0) | 2012.12.24 |
2% 부족할 때 (0) | 2012.12.24 |
더하는 것은 쉽지만, 빼는 것은 어렵습니다 (0) | 2012.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