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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책> 현직 의사가 한 권으로 정리한 암치료의 모든 것

by 키다리원장님 2012. 12. 24.

현직 의사가 한 권으로 정리한 암치료의 모든 것
저자 곤도 마코토 지음 / 안수열 옮김 / 창해 | 2006.01.31

오늘날 암 치료의 상당 부분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암에 대한 공포와 불안 때문에 이루어진다. 환자가 치료를 받는 이유는 공포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심리적 요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암으로 진단되는 병변은 원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과 방치해도 문제가 없는 ‘암 비슷한 것’의 두 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한마디로 ‘암’이라고 해도 가지각색의 성질이 포함되어 있다. 커지는 것, 커지지 않는 것, 사라져버리는 것, 전이하는 것, 전이하지 않는 것 등이 모두 ‘암’인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암이 원인이 되어 증상이 생길 경우에 암을 떼어내기 위한 수술은 의미가 있다. 통증이 소실되면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감소되므로 얼마쯤 수명이 연장된다고 기대해도 좋다.

그렇다면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어떨까? 검진을 통해 발견된 암은 보통 증상이 없다. 진행 암의 경우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왜 수술을 하는 것일까? 이때 수술을 하는 목적은 증상 완화라기보다 수명을 연장하는 데 있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 장기의 암도 증상이 없는 경우의 수술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증거가 없다.

중요한 것은 암의 축소 정도보다도, 과연 항암제가 생명을 연장시키는 이른바 연명효과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이다. 암이 축소되면 당연히 연명 효과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조사해보면 실제적으로 연명 효과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것은 암 축소에 의한 연명 효과를 항암제 독성에 의한 수명 단축 효과가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공생 개념에서 암은 적이 아니고 자기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암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사람으로서는 자기 신체의 일부이고 자기 것이다. 그리고 신체에 암이 생기는 일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암의 원인은 바로 노화이다. 병이라곤 하지만 본질은 노화 현상인 것이다.

무릇 암의 경우 자연스레 맞이하는 죽음은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 치료법이 없었던 옛날에는 위나 자궁에 암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노쇠’로 여기고 조용히 죽어갔다.

그러면 암은 사람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장치이자 하늘의 배려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면, 일부러 아프고 괴로운 생각을 하며 치료를 받아 후유증에 시달리며 일상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재발하여 죽게 될 때 다시 아프고 괴로운 생각을 하는 것은 죄스러운 일이 된다. 가령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어도 모른 척하고, 가능하다면 암으로 죽는다는 방침도 성립하는 것이다. 

암과의 공생 개념을 전제로 하여 일상생활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생각해보자. 우선 통증과 괴로움 등의 증상이 없을 때에는 건강 진단이나 검진 등의 검사는 받지 말고, 가급적 의료 기관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프고 괴로운 증상이 있으면 의료 기관에 가서 원인을 조사하고, 해결할 수 있으면 치료받는 것이 타당하다. 고통이 있는 사람에게는 현대 의료가 유용하게 쓰이는 일이 많다. 그러나 우연한 검사로 증상과는 관계없는 작은 암이 발견되어 의사로부터 장기 절제를 제안받게 되는 일도 있으므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검사만 받도록 한다. 뭔가 조금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때를 놓칠세라 소화관의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든가 PSA(전립선 특이항원)치를 측정해서는 안 된다.

암에서는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암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더라도 전이가 출현해서 사망에 이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진짜 암 검사에서 발견되기 이전에 이미 전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로 크게 되어서 발견되더라도 암 비슷한 것이라면 전이는 하지 않는 것이다.

암은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자신과 함께 존재하고 있었던 자기 신체의 일부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면 죽기까지 암의 존재를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암과의 공생이라고 해서 불노불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은 건드리지 않으면 사람을 편안한 죽음으로 인도해준다. 암과 함께 살고 암과 함께 죽는다. 그것이 암과 공생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살아있는 것의 경이로움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일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 인생을 마무리할 것인가?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